정기수 13기 2023년

정기수 ㅣ 매년 10개월간 약 10개국 이상 세계여행을 하는 프로그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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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길영훈의 제2차 일주일보고서 <Role Play>

오유민
2023-03-29
조회수 91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 대화에 내보내는 적극성과 주도력에 의해 무리 내에서의 카스트가 결정된다.

실력지상주의처럼 보이지만 정산의 더 중요한 의의는 자신의 팀을 챙겨주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수치로 명확하게 구별되는 서열과는 또 다른 관계 속에서의 서열이, 나이에 의한 상하관계가 비록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상대방을 보다 더 존중하거나 낮잡아 보게 만든다.

관계라는 것을 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겠지만, 10개월 동안 그로 인해 더 단단해진 내가 지금 생각하기에는 나의 말에 힘이 실리는 데 그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계속해서 자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은 언제나 반드시 필요한 쪽으로 굳어진다.

평소에 별로 말을 않던 사람이 갑자기 큰 소리를 낸다면 누구나 그의 말에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위만큼 중요한 것이 이미지이다.

이미지 자체가 별개의 지위가 되는 경향성이 계속해서 보인다.

작년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다.

내 성장에 필요한 재료들 중 가장 효율적인 방법들만을 솎아내고 선별하는 공정이 필요한 예이다.

잘라내야 할 것은 확실히 잘라내야 한다는 머리로만 알고 있던 사실은 12기 비상파티 이후에 내 가슴에 와 닿았고, 이제 기회비용 그 초과도 미만도 아닌 그것이 더 이상 아깝지 않다.

이 작은 사회에서 어떤 포지션을 잡아야 할지 아직 고민 중이다.

라고 입 밖으로 내기엔 이미 지나치게 한쪽으로 굳어져버린 것 같기는 하지만,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았을 때 그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병행하여 완벽히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스스로를 몰아세웠을 때 비로소 원하던 것을 얻을 수 있는 나의 생활 패턴상 언제까지나 쥐어 짜여야 할 운명인가 보다.

고진감래. 그렇지만, 그렇게 살아야 언젠가 내 본성을 억제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스키를 5일 연속으로 탔더니 실력이 객관적으로 보아도 몰라보게 늘었다.

카빙에 조금만 더 익숙해지면 최상급 코스 한 단을 멈추지 않고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도 12기가 끝나고 몇 번 스키를 타기는 했지만 재미가 많이 없었다.

재미를 찾기 힘들었다.

슬로바키아에 비하면 한 번에 스키를 탈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많이 짧기 때문이었다.

뭐든지 실력만 늘면 재미있어진다는 것을 상기했다.

이미지 관리나 인간관계를 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애들끼리만 모여 있을 때면 듣게 될 수밖에 없는 솔직히 말해서 수준이 낮은 이야기를 감상하고 있다.

보면 내가 얘네들이랑 친해져서 뭐가 좋을까 싶은 회의감이 자꾸만 든다.

그래도 해야겠지. 참아야지.

써놓고 보니까 굉장히 거만해 보이는데 나는 차별화되고 싶은 잘난 놈이 아니지만, 청소년기의 생리적 욕구에 의해서 같이 떠들고 웃다가 어느새 고수하고 있던 객관성을 잃어버리고 무리에 동화되어버린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면 가끔 몹시 두려워진다.

나라는 사람을 잃어버릴까봐.

이것은 상대방을 나와 동등한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상대가 인간이고 의식을 가지고 있는 지성이라는 사실을 문득 잊어버릴 때면 매트릭스 속에 들어간 자신이 매트릭스에 갇혔다는 것을 인지한 의식처럼 생각해 버리지 뭔가.

인정욕구나 소속감을 추구하는 명예욕에 해당하는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약이 있다면 먹어보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 문제를 의식하는 것도 결국은 내가 사회선택에서 높은 서열을 차지하고 싶다는 근본적인 욕망이 기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를 정말 다 놓아버리고, 내 능력의 향상만을 위해 모든 자원을 할애한다면 내가 어떤 존재가 될지 궁금하다.

첫 번째 정산이 끝났다.

알차게 보낸 한 주였지만, 팀 페널티가 수익의 60%를 앗아갔다.

자신의 행동이 결과로 명확히 수치화되는 모습을 보고 혼자서 페널티 -6€를 가져온 친구가 무언가 깨닫는 바가 있었으면 한다.

작년보다 더 나은 한 해를 만들기 위해 작업 중이다.

불살라 맺어진 결실이 태운 모든 희망이 추억을 담아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날아갔으면 좋겠다.

마치 풍선처럼.

종국에 기압의 희소를 버티지 못해 터져버릴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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