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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여름 튀르키예


정기수와 함께하는 시즌 8번 이수지의 제3차 일주일 보고서 제목: 실 끝에서 피어난 하루

하반하스탭 한종은
2025-08-15
조회수 234

정기수와 함께하는 시즌 8번 이수지의 제3차 일주일 보고서

제목: 실 끝에서 피어난 하루


3주가 되어서야 나는 바늘을 제대로 쥘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엔 손이 어색했고, 실은 자꾸 미끄러졌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의 말, 행동, 움직임 

하나 하나가 실법처럼 느슨하고 때로는 영겨서 숨이 막혔다.

하지만 지금 나는 어느새 하루를 하나의 무늬로 엮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이제는 첫 코를 걸던 떨림보다, 그 다음 코를 에쁘게 맞추기 위한 집중이 더 크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 밖을 보는 일도, 

뜨거운 햇빛 아래로 걸어나가는 일도 마치 고르게 반복되는 겉뜨기, 안뜨기 같다. 

지루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 평온한 리듬이 생긴다. 

이번 주는 특별히 복잡한 무늬에 도전했다. 

거대한 에페수스의 그림자 속에서, 

다른 곳에서 온 친구들과 나란히 걷는 순간들. 

말과 행동은 여전히 서툴렀지만 웃음은 통했고, 

사진 한 장을 위해 모자를 벗던 장난기 속에서 

나는 '같이 있음' 이라는 무늬를 떠올렸다. 

때때로 실은 여전히 엉킨다.

혼자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 마음의 실타래를 정리

할 틈이 없을 때가 많았다. 

밤이 되면 실이 당겨져버린 듯 피곤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런 날조차도 나는 실을 풀어내며 조금씩 마음을 다시 엮었다. 

가끔은 무늬가 틀린 걸 알아차리지 못한 채 한참을 떠버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뒤로 되돌아가 다시 뜨는 것처럼, 

내 마음도 다시 돌아가 그날의 감정을 천천히 정리해본다. 

놓쳐버린 장면을 되새기고, 흐릿했던 기억에 따뜻한 빛을 덧입히는 일, 

그것이야말로 나만의 뜨개질이다. 

3주차의 나는 아직 완성 된 옷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해진 건 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시작하는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엉키는 순간마저 이 무늬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걸. 

지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실을 점점 고르게 풀리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여름의 실타래는 

어쩌면 내가 직접 짜 내려 가는 하나뿐인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 이야기엔 작은 장식도 들어간다. 

돌계단에 앉아 덩하니 하늘을 올려다 본 시간, 

예정에 없던 길가의 고양이와 마주한 느닷없는 오후.

그런 장면들을 마치, 실 사이사이에 묶인 매듭처럼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무늬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무심코 지나친 대화, 잠시 머문 풍경 조차 돌아보면 

그날의 감정을 감싸 안고 있었다.

어쩌면 이 뜨개질은 ‘결과물‘ 위해서가 아니라, 

엮어가는 과정 그 자체를 배우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한땀, 한땀 정성 들여 짜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단단해지고, 

누구의 것이 아닌 ‘나의 모양' 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실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만큼은 나는 계속해서 이 여름의 실을 뜨고싶다. 

조금 느려도, 가끔 엉켜도, 천천히 천천히 끝이 아니라 ‘지금’ 을 뜨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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